본문 바로가기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스펙업 탄생기] #2-중국에서 보낸 시간

남들이 인턴이라는 스펙을 쌓으며 보낼 겨울방학에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학교에서 보내주는 1개월 중국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타지에서 처음 해보는 공부를 하면서라도 의미 있게 방학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인턴을 못 하는 대신이라고도 위안을 삼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공대생이 중국어는 배워서 뭐하겠냐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중국으로 항하였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역시 문과 체질이었던 나는 빠르게 중국어를 습득하여 음식점에서 주문도 하면서 소소하게 여행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과 교류하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중국 천진대학교에서 받은 어학연수 수료증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처음으로 대학생활을 제대로 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공부도 제대로 하였고 놀기도 열심히 놀았다. 사실 그 전까지는 노는 방법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중국에서는 단순히 놀면서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니라 시야와 견문을 넓히는 데에 주력하였다. 우리 학교 다른 학생, 중국에서 만난 다른 학교 학생, 그리고 그 외 여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웠다. 그리고 학교는 물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내가 모르던 세상에 대해 공부했다.

어학연수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졸업이 코앞인데 그대로 4학년을 맞이하면 내 성적은 역시나 변함없을 것 같았다. 문제의 백지 이력서도 전혀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고 그렇게 되면 졸업 후 결과는 뻔하였다.

‘이러려고 대학교에 온 건 아니지 않은가?’ 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해결책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휴학 신청을 하였다. 원래 군대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절대 휴학을 안 하려고 했지만 무작정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P. S. 기회가 된다면 중국 천진과 천진대학교 기숙사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단순히 태어나서 가장 오래 외국에 체류했던 곳이라서가 아니라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택시를 타고 여기저기 놀러 다녔던 것도, 그 때 먹었던 음식도 가끔 생각이 난다. 기숙사는 1인 1실이었는데 건망증이 심한 나는 툭하면 열쇠를 방에 두고 방문을 잠가 애를 먹다가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면서 그런 난관도 쉽게 해결하곤 했던 것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